주일 설교 2025/07/27 마태복음 강해 12. “빛이 비쳤다”
마태복음 4:12-17
마태복음 4:12-17은 예수님의 공적 사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전환점이다. 1장부터 4장 11절까지는 예수님의 사역을 준비하는 단계였으며, 17절의 “그때부터”라는 표현은 예수님께서 천국 복음을 선포하시며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는 사역을 시작하셨음을 알리는구절이다. 마태복음은 이후 16장 21절에서도 동일한 표현으로 전환점을 만들며, 그때부터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에 대해 말씀하시기 시작한다. 오늘 본문은 그 두 전환점 중 첫 번째로서, 예수님의 가르침이 시작되는 시점을 보여준다.
12절에서 세례 요한이 감옥에 갇혔다는 사건은 헤롯의 악행에 의한일이었으나, 성경은 이 사건을 수동태로 표현하며 ‘divine passive’—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이루어진 일—로 해석한다. 예수님께서 요한이 체포된 것을 듣고 갈릴리로 물러나셨다는 표현 역시피하거나 도망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이것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구속사적 계획이 전개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처럼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겉으로 보기엔 절망과 후퇴처럼 보이는 일들을 통해이루어진다.
14절 이하에서 마태는 이사야 9:1-2의 예언이 성취되었음을 선언한다. 스불론과 납달리, 이방 사람의 갈릴리는 역사적으로 수치와 고통의 땅이었고, 유대 종교 중심부로부터 소외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그어둠 가운데 있는 지역에 예수님께서 거처하시며 빛으로 임하셨다. 마태는 이 예수님을 이사야가 예언한 ‘큰 빛’으로 제시한다. 빛은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함, 생명을 의미하며, 예수님은 하나님의 본체이시자, 세상에 생명을 주시는 참 하나님으로서의 빛이시다.
이사야의 표현대로 사람들은 ‘어둠 가운데 살고’ ‘죽음의 그림자 아래 앉아 있는’ 존재들이다. 이는 죄로 인해 영적으로 죽은 상태를 가리키며, 방향을 잃고 무력함 속에 살아가는 인류의 상태를 묘사한다. 이 어둠은 단순한 무지나 슬픔이 아니라, 하나님과 단절된 상태, 곧영적 사망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어둠에 ‘빛이 비췄다’. 예수님께서그 어둠 한가운데 찾아오심으로 사람들은 처음으로 참 진리를 볼 수있게 되었다.
예수님의 빛이 비추는 순간, 인생의 의미와 방향, 존재의 목적이 드러난다. 이전까지는 해석되지 않았던 고난과 좌절조차도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아래에서는 하나님의 뜻과 섭리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빛되신 예수님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이처럼 예수님의 빛은 단순한 인식의 빛이 아니라, 존재를 새롭게 하고 삶을 재구성하는 구원의빛이다.
17절에서 예수님은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신다. 이 구절은 세례 요한이 선포했던 메시지와 동일하지만, 이제그 메시지가 예수님 자신 안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가까이 왔다’는 표현은 완료 시제를 사용하여, 하나님 나라가이미 도래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여전히 그 나라는 완성되지 않았으며, 장차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통해 완전한 하나님 나라가 임할것이다. 우리는 이 ‘이미와 아직’의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예수님께서 어둠의 땅, 소외된 지역 갈릴리에 빛을 비추신 것처럼, 오늘날 교회와 성도는 예수님의 빛을 받아 그 빛을 세상에 전해야 할사명을 받았다. 이 사명은 단지 도덕적 모범을 보이는 수준이 아니라, 어둠 가운데 앉아 있는 이들에게 생명의 빛을 전하는 복음의 사명이다. 예수님의 빛을 받은 자는 그 빛을 숨길 수 없고, 자연스럽게흘러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빛 되신 예수님을 예배하고, 그분께 감사를 드리며, 동시에 복음을 들고 어둠 가운데 있는 자들에게 나아가야 한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공적 사역의 시작이 단지 한 인물의 활동이아니라, 하나님의 영원한 구속 역사와 예언의 성취, 하나님의 주권적섭리가 어떻게 인간 역사 속에서 실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본문이다. 예수님은 빛이시며, 이 세상은 어둠이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 빛이비추었고, 그 빛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신다. 이 빛을 따라 사는 삶이 곧 하나님 나라의 백성된 자의 삶이다.